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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이야기

자이스!! 반도체 특허만 2,000개?

“자이스 없이는 아무것도 없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생산 능력과 기술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잣대는 ASML이 공급하는 EUV 장비의 보유 대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 인텔과 TSMC도 예외는 아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매년 ASML을 직접 방문해 공을 들이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자이스의 광학시스템 없이는 EUV를 만들 수 없다.

 

ASML은 지난해 3~5㎚ 반도체 제조용 13.5㎚ 파장 EUV 장비 42대를 팔았다.

하루 약 4000개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는 이 장비의 한 대값은 출고가만 1600억원이 넘지만 기술 난이도만큼 생산량이 제한적이다.

반도체 전문가는 “ASML은 EUV 생산을 위한 시스템 통합 등 관련 산업 생태계의 최상위 기업이지만 자이스의 광학 기술 없이는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2000개 이상 특허로 기술 ‘철벽 보호’

EUV 노광 시스템 내부를 보면 여러 특수 거울에 EUV가 지그재그로 튕겨 반사된다.

반사의 정확도는 지구 어디엔가 이 거울 하나를 놓고 레이저를 쐈을 때, 반사된 레이저가 지구로부터 약 39만㎞ 떨어진 달에 있는 골프공 한가운데를 정확히 맞힐 정도라고 하다.

 

자이스가 ASML에 납품하는 투영광학계는 2만 개 부품, 조명광학계는 1만5000개 부품으로 이뤄져 있다.

EUV 노광 장비는 1200여 개 기업과 대학, 연구소의 합작품이다.

자이스와 자매기업 쇼트, ASML, 트럼프, 독일 프라운호퍼IOF 연구소, 벨기에 아이멕 등이 ‘EUV 얼라이언스(동맹)’ 핵심 멤버다.

EUV 관련 기술은 자이스가 1990년대 초부터 30여 년에 걸쳐 집중 개발했다. 그뿐만 아니라 2000개 이상 특허 장막으로 철저히 보호되고 있다. 자이스는 이런 특허를 등록·유지하면서 라이선스료를 징수하고, 외부의 특허 침해소송에 대응하고 있다.

 

반도체 나노공정의 핵심 기술 보유

자이스는 ASML이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에 납품하는 EUV 장비의 ‘눈’에 해당하는 광학 시스템(조명·투영광학계)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EUV는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찍어내는 노광 공정에서 사용되는 광원이다. EUV의 생성과 제어를 위한 자이스의 장비와 기술 없이는 나노 단위의 반도체 초미세 공정이 불가능하다.

EUV 생성을 위해선 플라즈마가 필요하다.

독일 강소기업 트럼프는 EUV를 생산하는 독특한 레이저를 설계하고 있다. 초당 5만 개의 주석 금속 방울을 내뿜는 플라즈마가 진공 체임버로 발사되면 이 플라즈마는 트럼프가 개발한 초강력 이산화탄소 레이저를 맞아 EUV를 뿜어낸다. 이때 EUV 주변 온도는 태양표면 온도보다 40배 더 뜨거운 22만 도에 달한다.

여기서부터 자이스의 유일무이한 기술이 적용된다. EUV는 공기를 포함한 모든 물체에 스며들어 제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러나 자이스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꿨다. 지난 170여 년간 회사에 축적된 수학과 물리학 지식, 광학과 초정밀 유리 기술을 토대로 해서다. 자이스는 원자 단위로 유리를 일일이 가공하면서 EUV를 반사해낼 수 있는 특수 거울을 2010년대 중반 처음으로 개발했다.

 

자이스는 삼성전자가 최근 양산을 시작한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반도체 제조용 EUV 노광장비의 광학시스템을 네덜란드 ASML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ASML이 EUV 장비 하나로 세계 반도체 시장의 ‘슈퍼 을’로 군림하고 있지만 자이스 없이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세계 반도체 칩의 80%가 자이스 기술에서 탄생한다. 자이스 SMT 지식재산(IP) 부문을 총괄하는 안드레아스 자일러 부사장은 “그동안 자이스 장비로 일군 연구 성과가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진 게 36건”이라며 “EUV 노광장비는 인류가 만들어낸 기술 가운데 가장 진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3㎚ 이하 선폭을 새길 차세대 EUV 장비도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50여 개국에 100여 개 거점을 둔 자이스는 지난해 75억유로(약 10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대비 20% 급증한 수치로 회사 설립 후 최대 기록이다. 자이스의 SMT를 취재한 것은 국내 언론 가운데 한국경제신문이 처음이다.

한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