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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이야기

건식 복사기의 원리를 아시나요?

제록스사의 전신은 할로이드(Haloid)라는 소규모 인화지 제조업체였다.

1906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2차 세계대전 중 군대가 정찰 사진을 사용하면서 급속히 성장하였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면서 인화지 수요가 줄어들기 시작하였으며, 축소된 시장에서 할로이드 사는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여야만 했다.

 1945년 창업자의 손자인 조셉 윌슨(Joseph Wilson)이 이 회사의 사장으로 승진했다. 명문 로체스터 대학과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윌슨은 할로이드와 같은 자그마한 회사에 근무할 마음이 별로 없었으나, 당시 사장으로 있던 그의 아버지가 규모가 작기 때문에 도전해 볼 많은 일과 상당한 잠재력이 있다고 그를 설득했었다.

윌슨은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언가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우리가 전적으로 인화지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뭔가 새로운 신제품을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새로운 종류의 인화지나 지진 기록용 제품이 신규 사업종목의 물망에 올랐으나, 그 어떤 것도 선뜻 할로이드의 위기를 타개할 만한 잠재력을 갖춘 것으로 생각되지 않았다.

 

이 회사의 연구개발 부서장이던 존 데소어는 유망한 신제품을 물색하기 위해 수백 권의 기술 관련 잡지들을 물색하던 중, 코닥사의 Monthly Abstract Bulletin에서 바텔연구소가 연구 중이던 칼슨의 전기 사진술에 관한 논문 요약본을 발견하였다. 그것은 아직 기초단계에 불과하였지만, 윌슨은 매우 큰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1946년 할로이드는 바텔 연구소에 매년 2만 5천 달러의 연구비를 지급하고, 또한 장차 전기 사진술로 인해 생기는 수입의 8%를 내놓겠다는 조건으로 칼슨의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권리를 사들였다.

 

할로이드 사는 바텔 연구소에 칼슨의 '전기 사진'이라는 용어 대신 새로운 이름을 만들자고 제안하였다 전기 사진이라는 말이 IBM의 뒤늦은 후회 electrophotography)'제안하였다. 특별히 새롭거나 관심을 유발하는 것으로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48년에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고전 언어 전공 교수들에게 자문한 결과 그리스어의 두 단어인 'xeros(건조한)'와 'graphein(문서)'을 합하여, 건식 문서라는 뜻의 '제로 그래피(xeropraphy)'라는 용어를 생각해 내었다.

 

1947년부터 1960년 사이에 할로이드 사는 제로 그래피 연구에 7,500만 달러를 쏟아부었다. 이것이 회사 영업수익의 2배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연구개발비를 마련하기 위해 간부들의 집까지도 모두 저당 잡혔다. 사활을 건 10여 년의 연구결과 오늘날과 같은 건식 복사기인 914 모델을 개발할 수 있었다. '914'라는 숫자는 가로, 세로 길이가 각각 9인치, 14인치까지 복사할 수 있다는 뜻으로 붙여진 것이었다. 914 모델이 시장에서 실패한다면 할로이드 사와 그에 투자한 많은 사람들이 모두 파산하기 때문에, 윌슨은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생산에 앞서 IBM에 합작투자를 제의하였다.

 

IBM은 이름 있는 경영자문회사인 아더 디 리틀(ADL)에다가 할로이드 사가 개발한 건식 복사기 시장의 전망에 대한 자문을 의뢰하였다. ADL은 일부 사무실에서 복사기가 중요하다는 것은 인정하였으나, 그 수요가 기껏해야 월 5천대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였다. 또한 914 복사기의 큰 부피와 높은 가격이 결정적인 약점이라고 지적하였다. 914 복사기가 시장에서 크게 성공하기가 어렵다는 전망 때문에 IBM과의 합작건은 무산되었다.


훗날 아버지의 뒤를 이어 IBM의 회장이 된 토마스 왓슨 2세는 "아버지가 가장 후회한 결정 중 하나는 건식 복사기의 초기 단계에서 합작에 참여할 기회를 놓친 것이었다"라고 말하였다.

 

할로이드 사는 회사의 이름을 할로이드 제록스로 바꾸었다. 몇 년 전 고안한 제로 그래피에서 축약된 별 다른 의미가 없는 제록스(Xerox)를 상표로 정했기 때문이다. (할로이드 제록스라는 회사명은 1961년에 다시 제록스로 바뀌었다.) 회사명을 무엇으로 바꿀까 고민하던 윌슨은 어느 일요일 아침 산책길에 '코닥(Kodak)'이라는 간판을 보았다.

 

이 회사의 창업자인 조지 이스트만이 그의 회사를 코닥이라고 붙인 이유는 글자 길이가 짧고, 그가 좋아하는 철자인 K로 시작해서 K로 끝나기 때문이었다. 윌슨은 제로 그래피(xeropraphy)라고 그렇게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였다. 

 

이렇게 해서 '제록스(Xerox)'라는 말이 만들어졌다 여러 사람이 Xerox라는 단어의 발음이 쉽지 않고 사업의 세계에서는 '제로(zero)'라는 말의 의미가 그다지 좋지 For Internal Use OnlyXerox) 만들어졌다. 않고, zero) 않다는 이유로 반대하였으나, 윌슨은 일단 고객들이 자사의 제품을 사용해 보게 되면 제록스라는 이름에 익숙해질 것이라고 고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