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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이야기

대체 불가능 토큰이라는 뜻의 NFT가 블록체인에 기반한 고유한 디지털 수집품 이라는 점

‘대체 불가능 토큰 Non Fungible Token’이라는 뜻의 NFT가 블록체인에 기반한 고유한 디지털 수집품’이라는 점을 설명하기에 앞서 ‘수집 폼이 무엇인지를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결국 사람들의 수집에 대한 욕망이 NFT에도 담겨 있기 때문이다. 수집에 대한 사람들의 변덕스럽고 별난 심리를 비니 베이비스(Beanie Babies, 타이 사에서 출시한 봉제 인형) 인형 이야기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희귀한 우표에서부터 미국 남북전쟁 당시의 무기, 새로 나온 나이키 운동화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다양한 유형의 서로 다른 물건들을 수집한다 그래서 디지털 형태로 된 수집품을 사고파는 시장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리 놀랍진 않다. 물론 디지털 형태로 된 수집품을 ‘사고판다’는 것이 정확히 어떤 개념인지는 좀 헷갈릴 수 있다. 다만 남들에게는 없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물건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디지털 수집품은 현실의 수집품과 그리 다를 것이 없다. 따라서 사람들이 왜 NFT를 수집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1990년대에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수집품인 비니 베이비스 사례를 살펴보자.


비니 베이비스의 제조사 타이 Ty Inc는 첫 출시 시점인 1993년부터 비니 베이비스 인형에 희소성이라는 가치를 부여했다. 비니 베이비스 인형은 프랜차이즈 유통업체를 통한 대량 판매 방식 대신 소규모 소매점에 소량씩 유통하는 방식을 택해 애초부터 사고 싶어도 쉽게 살 수 없는 상품으로 포지셔닝했다. 회사 측은 비니 베이비스의 유통량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일부 비니 베이비스 인형은 희소성을 높이기 위해 생산을 일부러 종료시키기도 했다.

 

심지어 불량 비니 베이비스 안형을 몰래 유통하기도 했는데, 오히려 불량품들은 수집가들 사이에서 희귀 상품으로 받아들여졌다. 사람들은 비니 베이비스 인형을 사고 싶어 했고, 비니 베이비스의 인기가 높아지던 바로 그 시기에 온라인 수집품 거래소로 이베이가 급부상했다. 인기 수집품과 대형 거래소의 시너지 효과로 인해 비니 베이비스의 재판매 가격은 계속 올랐고, 이베이는 온갖 수집품을 모으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생산이 종료된 5달러짜리 비니 베이비스 인형은 이베이에 올라오기만 하면 최소한 두세 배의 가격에 팔렸다. ‘핀처스 더 로브스터 Pinchers the Lobster’에서 오타가 발생해서 ‘푼처스 더 로브스터 Punchers the Lobste1.’라고 인쇄된 인형은 더욱 귀해서 1 만 달러 이상의 가격에 판매되기도 했다.


비니 베이비스 열풍은 1990년대 말까지 이어졌는데, 이러한 열풍은 강도나 살인 같은 비극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1999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의 한 홀마크 Hallmark 매장에서 한 경비원이 비니 베이비스의 배송이 늦어지는 데 불만을 품은 고객의 총에 맞아 숨진 사건도 있었다. 멀쩡한 어른들조차 자신의 인생을 바꿔줄 수 있는 비니 베이비스 인형을 찾아 방방곡곡을 뒤졌다. 비니 베이비스 컬렉션을 자신들의 가장 값비싼 재산으로 여긴 한 부부는 이혼 과정에서 비니 베이비스 컬렉션을 누가 가져갈지를
두고 크게 다뤘다고 한다


1997년에는 맥도널드도 비니 베이비스의 제조사인 타이 사와 손잡고 이 열풍에 가세했다. 두 회사는 티니 비니스 Teenie Beanies라는 새로운 제품 라인업을 개발해 해피밀과 함께 판매했는데, 이 작은 인형은 열흘 만에 1 억 개가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전성기에 월 65만 부를 판매하던 『메리 베스의 비니 월드 Mary Beth's Be.U1 ieWorld』와 같은 잡지는 전 지면을 비니 베이비스에 할애하면서 "잘만 하면 아이를 대학까지 보낼 수 있는 학비를 벌 수 있는 투자상품’ 이라며 비니 베이비스를 소개하기도 했다.
영원할 것 같던 비니 베이비스 열풍도 결국은 수그러들었다.


비니 베이비스가 과대평가되었다는 논란 이후 이베이에는 사재기한 비니 베이비스 인형이 눈사태처럼 쏟아져 나왔고 이는 과잉 공급으로 이어져 비니 베이비스의 가격이 곤두박질쳤다. 다들 값지다고 믿었던 비니 베이비스 컬렉션은 하루아침에 쓸모없는 인형으로 전락했다. 투자 목적으로 비니 베이비스 컬렉션에 10만 달러 넘게 쓴 것으로 알려진 크리스 로빈슨 시니어 (Chris Robinson Sr., 미국 ABC 드라마 〈종합병원 General Hospital> 배우)와 같은 사례는 수집품 시장의 이면을 드러낸 뼈아픈 실패의 상징이 되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비니 베이비스 열풍을 두고 1990년대 후반 사커맘 soccer mom, 미국 중산층 열성 엄마들을 지칭하는 단어) 세계의 5t 컴 주식에 비유했다. 이는 1990년대 후반 미국에서 소위 닷컴 주식 ’이라 불리는 IT 기업들의 주식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너도나도 닷컴 주식투자에 뛰어들었던 것에 비유한 것이다.


NFT를 이해하기에 앞서 비니 베이비스를 통해 사람들이 왜 수집을 하는지 를 살펴본 까닭은 사람들이 비니 베이비스를 수집했던 근본적인 이유와 사람들이 NFT를 수집하는 이유가 동일하기 때문이다.

바로 희소성 때문이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수집하는 이유에는 투자, 투기, 정서적 애착,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강박감 FOMO, Fear ofMissing Our 등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결국 수집의 핵심은 희소성이다. 무엇을 수집하든 그 이유는 결국 수집하고자 하는 물건이 유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NFT 시장은 언젠가는 무너질 수도 있을까? 솔직히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비니 베이비스 인형과 달리 NFT는 미술계와 수집품 시장을 괴롭혀온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 될 수 있다. 이는 다음 챕터에서 더욱 자세하게 살펴볼 것이다. 이제 사람들이 실물이나 디지털 수집품을 왜 수
집하는지에 대해 살펴봤으니 이제는 NFT의 속성과 본질을 알아야 하겠다.